사상인 진단법

     

    이제마가 밝힌 사상인 진단법은 세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체형입니다. 가장 첫 번째 방법이며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그 대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양인의 체형기상은 뇌추 부위의 일어서는 기세가 왕성하고 허리 주위의 바로 서는 기세가 취약하다. 소양인의 체형기상은 가슴의 안아 감는 기세가 왕성하고 엉덩이의 앉는 기세가 취약하다. 태음인의 체형기상은 허리 주위의 바로 서는 기세가 왕성하고 뇌추 부위의 일어서는 기세가 취약하다. 소음인의 체형기상은 엉덩이의 앉는 기세가 왕성하고 가슴 부위의 안아 감는 기세가 취약하다.

    太陽人體形氣像, 腦顀之起勢盛壯而腰圍之立勢孤弱. 少陽人體形氣像, 胸襟之包勢盛壯而膀胱之坐勢孤弱. 太陰人體形氣像, 腰圍之立勢盛壯而腦顀之起勢孤弱. 少陰人體形氣像, 膀胱之坐勢盛壯而胸襟之包勢孤弱.『東醫壽世保元』「四象人辨證論」

     

    형상에 의한 감별법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면보다 추상적이고 경험적인 부분이 좀더 중요하게 됩니다.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포용하려면 과학적인 측정의 방법만으론 안되거든요. 그러나 분명한 기준은 있는 겁니다. 알고 보면 간단한데 알기까진 어렵습니다.  

     

    태양인은 흉곽이 아래로 길게 내려오고 허리 주위가 좁습니다. 반면 견봉은 솟아 있고 목이 가는 경우가 많아요.

    소양인은 위가 발달하고 아래가 부실합니다. 실제 어깨보다 가슴이 발달합니다. 흉곽이 어깨 쪽으로 쫙 펼쳐져 있어요. 뒤에서 보면 등이 쫙 펼쳐져 상당히 건장하게 보이는데 받침대가 옹색한 격이니 엉덩이가 좀 안쓰러워 보여요. 그래서 엉덩이가 가볍죠.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합니다.

    태음인은 보통 장대합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확실히 크고 덩치가 좋은 사람이 많아요.

    소음인은 일반적으로 작고 아담합니다. 그리고 흉곽이 좁아요. 그래서 새가슴도 많습니다. 반면 엉덩이는 옆으로 벌어지죠. 그래서 소양인처럼 다리 사이가 붙지 않고 툭 떨어져서 내려오게 됩니다. 앉아 보면 엉덩이가 약해 보이지 않지요. 다리가 길고 다리 힘이 좋은 편입니다.

     

    한국 한의학 연구원은 전국 23개 한의과대학 및 한방병원과 협력하여 체질정보은행을 구축하고 그 중 임상체질 정보 2,900여 증례의 얼굴 사진을 활용하여 사상인 대표 얼굴을 제작했다. 실제 사람의 사진들을 합성하여 만들었다.

     

     

    둘째, 성질입니다. 외모로 백 퍼센트 되지는 않아요. 이 말은 100명 중 80명은 외모만으로도 가려진다는 말입니다. 나머지 20명은 외모만으론 안됩니다. 그 대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양인의 성질은 소통에 뛰어나고 재간은 교우를 잘한다는 것이다. 소양인의 성질은 강무에 뛰어나고 재간은 사무를 잘한다는 것이다. 태음인의 성질은 성취에 뛰어나고 재간은 거처를 잘한다는 것이다. 소음인의 성질은 단중에 뛰어나고 재간은 당여를 잘한다는 것이다.

    太陽人性質長於䟽通, 而材幹能於交遇. 少陽人性質長於剛武, 而材幹能於事務. 太陰人性質長於成就, 而材幹能於居處. 少陰人性質長於端重, 而材幹能於黨與.『東醫壽世保元』「四象人辨證論」

     

    태양인은 소통, 즉 시원시원합니다. 상하고저를 막론하고 막힘이 없어요. 그래서 만남을 시원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결단이 빨라요. 그만큼 생각에서 행동까지가 가깝습니다. 태양인이 삐뚤어지면 성격이 더럽습니다. 독재자 스타일이 되죠.

    소양인은 강무, 즉 씩씩합니다. 빠르고 날카로우며 용맹스럽습니다. 그래서 일도 씩씩하게 잘 해내요. 또 걱정이 많아요. 자기 일도 아닌데 고민을 끌어와서 계속 걱정하고 있습니다. 배려가 깊으나 자칫 우려가 되기 쉽습니다. 소양인이 삐뚤어지면 성격이 천박해집니다. 야비한 일본순사 같은 느낌이에요.

    태음인은 성취, 즉 끝까지 해냅니다. 지구력이 강해요. 그리고 풍모가 앉으나 서나 의연해요. 위엄이 있어 보입니다. 말투는 질서정연하고 공명정대한 느낌을 줍니다. 또 겁이 많아요.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굉장히 겁을 냅니다. 태음인이 삐뚤어지면 탐욕이 이를 데 없어요. 완전 놀부 심보입니다.

    소음인은 단중, 즉 다소곳합니다. 차분하고 집요하죠. 또 우유부단해지기 쉽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이 생각 저 생각 너무 치밀하게 하다 보니 결정의 순간을 놓쳐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생각에서 행동까지가 너무 멀어요. 한편 기름기 쫙 빠진 소탈한 느낌도 있습니다. 소음인이 삐뚤어지면 한없이 늘어져요. 속 터집니다.

    권도원은 1965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침구학회에서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한 사상인의 침치료법을 발표하고 사상인을 감별할 수 있는 맥진법을 공개하였다. 사상인을 각각 1병증, 2병증으로 나누고 각 체질과 병증을 동시에 찾을 수 있는 맥이라 소개하고 있다. 사상인 맥법에 관한 최초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전통의 맥진과 그 방법과 목적이 전혀 다르다.

     

     

    셋째, 병증입니다. 이제마가 제시한 최종적인 사상인 감별법은 병증입니다.

     

    사람의 체형과 용모를 자세히 살펴 두세 번 따져보고도 의혹이 있으면 병증을 참조하라. 명확히 알아내서 의심이 없을 때 비로소 약을 써야 한다. 가장 소홀해선 안 되는 부분이다.

    人物形容仔細商量, 再三推移. 如有迷惑, 則參互病證, 明見無疑, 然後可以用藥. 最不可輕忽.『東醫壽世保元』「四象人辨證論」

     

    이제마는 태소음양인의 생래적 불균형이 특유의 생리적 증을 만들고 나아가 고유의 병리적 증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병증론은 『동의수세보원』 안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제마는 「사상인변증론」을 마무리하면서 태소음양인의 특징은 실로 모든 면에서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체나 필체, 노래와 춤, 일상의 동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모두 다릅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체형, 성질, 병증을 감별의 기준으로 본을 보인 것입니다.

    시중에 사상인을 감별한다는 수많은 방법들이 있으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결정적인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이런 혼선은 이제마가 결정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거겠죠. 이제마는 체형과 성질, 병증으로 그 대략만 제시했어요. 사상인 감별의 요령은 얼마든지 확장되고 발전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상인 감별에 대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손톱을 보든 발톱을 보든 상관없습니다. 동공을 봐도 되고 맥을 봐도 됩니다. 거기에도 분명히 사상인의 흔적이 담겨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에서 찾아보려는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권장되어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제마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체질이 엄존한다는 사실에 대한 확고한 신념입니다. 체질은 존재하므로 결국 찾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감별법에 대한 기대를 계속하게 되는 것이겠죠.

     

    권도원이 창안한 체질맥진법은 현재 8체질을 감별하는 유일한 진단법으로 정착되었다. 권도원이 사상의학에서 계발받아 구축한 독창적인 8체질의학의 세계는 사상의학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무엇보다 체질은 감별보다 확인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아셔야 합니다. 1년 배우신 분도, 10년 배우신 분도 체질 감별 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거에요. 당장 인터넷 검색 몇 분만 해보고도 나는 무슨 체질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가끔 저를 당혹케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별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확인 과정입니다. 감별은 전문가가 하고, 확인은 함께 하는 겁니다. 체질 이름 알려고 쇼핑하시지 마시고 믿을만한 곳에서 함께 확인하며 끝을 보셔야 합니다.

    여러분, 체질을 안다는 것은 굉장히 귀한 일입니다. 평생 변치 않는 건강의 기준을 알게 되는거잖아요. 몇일 늦게 안다고 서운해하실 것 전혀 없습니다. 저는 임상에서 초진에 체질을 잘 일러드리지 않아요. 대개는 치료가 끝나면 체질을 일러드리고 식이법과 그 의미를 소상히 말씀드립니다. 동무도 체질 감별은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사도 환자도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