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인 식이법
식이요법(dietetic therapy)이란 치료를 목적으로 규정된 양과 질의 식사를 취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서양의 식이요법은 영양소 중심, 치료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반면 동양의 식이요법은 식생활 중심, 예방 중심의 방법이라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죠. 자신의 체질을 알고자 하는 분들이 사실 음식법이 궁금해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건강법으로 또는 질병의 자가치료법으로 본인의 체질에 맞는 식이법을 실천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동의수세보원』에는 사상인 식이법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희노애락이라는 감정의 조절과 욕심의 제어를 가장 중요한 건강과 인생의 가치로 강조합니다. 그렇다고 사상인 식이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마의 다른 저술들에 부분적으로 산재해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이 주의사항은 『동의수세보원사상초본권』에, 구체적인 사상인 식이법은 보건성 『동무유고』와 『상교현토동의수세보원』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여 유익한 음식을 의宜, 해로운 음식을 기忌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정용재, 박성식, 「사상인 식이법이 8체질 식이법의 형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고찰」, 『사상체질의학회지』(사상체질의학회, 2011), 23권 2호, 157쪽.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사상인 식이법에 앞서 사상인 식이법의 일반 원리도 알아야 합니다. 즉 사상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공통의 주의사항입니다. 그것은 바로 음식절제의 원리입니다!
빨리 나으려는 마음에 과식이나 과음을 해선 안 된다. 과식, 과음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생명을 살리는 길이 아니다.
不可欲速不達, 而過食過飮也. 過食過飮者, 非自然也. 非自然者, 非生生之道也.『咸山沙村東醫壽世保元甲午舊本』「少陽人內觸大腸病論」
사상인 식이법을 일러드리면 빨리 낫고자 하는 마음에 과식하는 분이 꼭 있습니다. 의사나 환자나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이제 분명한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과식은 금물이다! 과식은 욕속부달欲速不達이며 그건 생생지도生生之道가 아닙니다!
이제마는 식탐을 굉장히 경계해요. 사실 식탐만큼 일상적이고 강력한 욕구도 없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식탐에 별로 사회적 제약 같은 것이 없어요. 오히려 잘 먹는다고 칭찬 듣기도 합니다. 만약 색탐을 내면 잘한다고 칭찬받겠어요? 짐승 취급받을 거 아니에요? 엄격히 제한합니다. 저는 색욕이 도덕적이어야 하듯 식욕도 도덕적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의학적으로 볼 때 둘 다 전혀 생생지도가 아닙니다. 절제의 미학이 공히 필요해요. 먹어서 고치려고 하지 말고 안 먹어서 고치려고 해야 해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 먹는 게 적당할까요? 이제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일러줘요.
어떤 노인이 사람은 하루 두 끼 먹는 게 적당하고 네다섯 끼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 먹고 나서 간식을 하지 않으면 장수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有一老人曰, 人可日再食而不四五食也. 又不可旣食後添食. 如此則必無不壽.『東醫壽世保元』「四象人辨證論」
1일 2식과 후식 금지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렸지만 이제마 역시 삶의 지혜가 담긴 진실한 말이라 생각한 거에요. 장수마을의 비결이 소식에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요즘같이 감각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우리를 유혹하는 세상에 더욱 반추해보아야 할 명제라 생각합니다.
이제마는 또 첨식을 금하라고 말했는데, 그 중 야식이 가장 문제입니다. 저는 자기 전에 과식하는 것이 가장 해롭다고 생각해요. 자면서 내부의 공장은 불이 다 꺼지거든요. 소화되지 못한 음식은 말 그대로 속에서 밤새 부패합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아침에 일어나지를 못해요. 하루종일 몽롱하고 기력이 없죠. 제때에 제대로 먹고 속을 비워야 해요. 그래야 힘도 생깁니다.
1일 2식, 후식 금지. 이 간단한 원칙이 인생의 가장 위대한 수양법이자 건강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마의 소식론은 우리가 가장 먼저 숙고해보아야 할 식이법의 일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마가 최린에게 일러준 처방전. 처방 내용은 물론 식이법과 훈화까지 적혀 있다.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로 인생의 처방전이라 부를만 하다.
마지막으로 요즘의 합성첨가물은 큰 문제입니다. 상상 이상 음식의 기운을 망가뜨리고 몸의 탄력을 떨어뜨립니다. 밀이 좋다고 빵을 식사 대용으로 먹는 게 현명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에요. 빵에는 무수한 첨가물들이 포함되거든요.
내 몸은 자연입니다. 인간의 문명은 수천년 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으나 인간의 몸은 20만 년 전 지구에 출현한 신생대의 상태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사람은 하늘이 만들고 땅이 기른 걸 먹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내 몸은 자연을 먹고 살아야 해요. 지극히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에서부터 음식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 합성첨가물은 체질식 이전에 현대인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걸 무시하고 체질식을 한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숙고를 부탁드립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해부도가 엄중한 의서의 수장首章을 장식하고 있다. 눈, 코, 입을 벌렁거리고 배를 출렁거리며 오장육부를 품고 있다. 한의학의 관심은 구조가 아니라 기능이며 사체가 아니라 생체임을 웅변한다. 1610년 허준이 완성하고 1613년 내의원에서 최초로 출간하였다. 2009년 의학 서적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