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내용

『동의수세보원』은 의서입니다. 의서의 기본은 병 주고 약 주고거든요. 『동의수세보원』 역시 사상인의 병론과 약방이 중심입니다. 병론은 각각 두 가지로 분류했고 약방은 옛 의서에 나오는 고방古方과 자신이 만든 신방新方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를 통틀어 병증약리론病證藥理論이라 부르지요.

목차를 보세요. 복잡한 듯 보여도 간단해요. 사상인의 병증약리론을 중심으로 이론적 토대가 앞서 배치되어 있고 감별법이 후미에 정리되어 있죠. 「광제설」은 사상인을 넘어 보편적 인간을 위한 양생론에 속합니다.

이제마가 가장 존숭했던 의서는 바로 한국의 『동의보감』이다. 수천 년 한의학의 성과가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으며 의학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보았다. 허준은 『동의보감』 서문에서 중국의학과 대비해 한국의학의 특색을 동의로 대변했다. 한편 『의방유취』는 『동의보감』을 앞서는 한국 의학의 위대한 성취로 세종 때 왕명으로 편찬한 동양 최대의 한의학 백과사전이다. 처음 발간된 30질은 임진왜란 때 거의 소실되었는데 당시 약탈해간 1질이 12책이 없는 252책으로 일본 궁내성에 소장되어 있다. 이제마는 『의방유취』란 제목 앞에 의도적으로 동의를 붙여 한국 한의학의 전통과 자긍심을 표현했다. 『동의수세보원』은 『동의의방유취』, 『동의보감』을 잇는 한국 한의학의 자존심이다.

첫째 권(卷之一)은 사상의학의 기반이 되는 철학적 바탕을 서술한 부분입니다. 전통유학을 동무의 잣대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를 편의상 사상유학이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사상의학이 획기적인 것만큼 사상유학도 획기적입니다. 이 첫째 권은 우주(天機)에서 시작해서 마음(心)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 굉장히 완결된 주제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둘째 권(卷之二)부터 본격적인 의론醫論이 시작돼요. 의학의 원류를 파헤친 「의원론」부터 시작해 소음인, 소양인에 관한 논의가 각각 둘째 권과 셋째 권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음인과 소양인의 논방論方이 그만큼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리적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마지막 넷째 권(券之四)은 태음인, 태양인을 다 논하고도 「광제설」, 「사상인변증론」까지 덧붙어 있습니다.

이제마는 한의학의 개창자를 장중경이라 보았다. 상한傷寒은 오늘날의 급성 전염병에 해당한다. 전염병 치료야말로 의학의 난제요, 의사의 숙제였다. 모든 세기를 걸쳐 『상한론』 주석서는 엄청나게 불어났고 이제마 역시 상한병을 테마로 사상의학적 치료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동의수세보원』은 가장 파격적인 『상한론』 주석서라 할 수 있다.